빵에서 다시 밥으로? 한국인이 솥밥에 빠진 이유는?

팬데믹(전염병의 전 세계적 유행) 이후 집에서 ‘삼시 세끼 전쟁’을 치르던 사람들은 밥 대신 간편한 식사빵의 구입을 늘렸다. 하지만 최근에는 빵이나 간편식에 지친 이들이 다시 밥을 향해 ‘진심’을 보이는 분위기입니다. 대신 이전과 같은 평범한 밥은 아닙니다. 트렌디하고 고급스러워진 밥 한 끼가 요즘 대세다. 바로 ‘솥밥’입니다.

 

 

헤럴드 경제 원본 기사 

 

한 그릇 트렌드 솥밥 유행에서 확산

 

솥밥의 유행을 이끈 것은 한 그릇 요리 트렌드였습니다. 다시 집밥을 먹고 싶어도 복잡한 한식 준비가 부담스러웠던 이들은 한 그릇 요리 트렌드에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덮밥·솥밥처럼 별다른 반찬 없이 한 그릇만으로 완성되는 음식들입니다.

한 그릇 요리’는 콘텐츠 커머스 플랫폼 우리의 식탁에서도 올해의 집밥 트렌드’로 선정된 핵심 키워드입니다. 우리 의식탁이 지난해 100만 명의 이용자와 약 3000건의 메뉴를 빅데이터로 분석한 결과 한 그릇 요리 중에서도 특히 솥밥의 인기는 높게 나타났습니다.

우리의 식탁 관계자는 “솥밥은 한 그릇만으로 간편하면서 특별한 한 상을 차릴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라며 가지나 냉이처럼 제철 식재료를 넣어 풍성한 계절의 맛을 즐길 수도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우리의 식탁에서 가장 인기인 솥밥 메뉴는 가지솥밥·우엉솥밥·송이버섯솥밥 순으로, 가지솥밥은 전체 한 그릇 레시피 순위에서도 상위권을 차지할 만큼 관심이 뜨겁습니다.

솥밥의 유행에 따라 이번 빅테이터 분석에서는 뚝배기 타입의 솥 말고도, 색감과 디자인을 갖춘 무쇠 솥이 인기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프랑스 주방용품기업 르크루제(Le Creuset)의 무쇠 주물냄비가 대표적입니다.

 

전복과 굴밥뿐만 아니라 초당옥수수 등 고유의 제철 식재료나 스테이크, 금태(고급 어종) 등 고급 식재료를 사용한 밥도 외식업체에서 인기가 높습니다. 도미솥밥으로 유명한 '닷'집, 새우 완자가 들어간 홍콩식 솥밥(포자가 판)이 있는 '호 아일랜드'집 등이 대표적입니다.

즉석밥 시장에도 냄비밥이 등장했습니다. CJ제일제당은 2021년 특허를 받은 '햇반팟반'을 출시했습니다. 이 제품은 올해 1월 기준 누적 판매량이 1000만 대를 넘어섰습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식사 메뉴에서 솥밥의 매출액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자료(나이스지니 데이터)를 바탕으로 솥밥의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에 주목했다"며 "'제대로 먹을 수 있는 건강하고 좋은 밥'에 대한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솥밥을 개발했다"라고 말했습니다.

 

트렌디한 고급 영양식▪간편한 1인 차림

 

한 그릇 요리 중에서도 유난히 솥밥이 인기를 끈 이유는 무엇일까. 솥밥을 지어먹는 유명 연예인의 장면이 미디어에 자주 노출된 영향도 있었으나, 핵심은 ‘균형 있는 영양식’에 대한 관심 증가입니다.

솥밥은 자극적인 양념 대신 식재료 고유의 맛과 영양소를 최대한 살린 것이 특징입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단백질·식물성 HMR 트렌드’를 보면, 균형 잡힌 영양 식단에 대한 소비자 니즈가 확대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일반적인 한식과는 다른 솥밥의 특성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전골, 탕, 찌개 등과 달리 ‘1인 차림’으로 구성된 솥밥은 팬데믹 이후 개인위생이 중요시되는 시점에서 장점으로 통했으며, ‘혼밥’을 하거나 1인 가구에게도 매력적으로 작용했습니다.

더불어 ‘차별화된 프리미엄급’의 요리, 그리고 ‘다양한 토핑’을 선호하는 MZ세대 취향에도 잘 맞습니다. 영양소를 갖춘 고급 요리인 동시에, 화려한 토핑은 눈으로 먼저 즐기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사진용으로도 제격입니다.

 

모락모락 갓 지은 밥 내음. 솥밥이 주는 따듯한 심리

무엇보다 솥밥은 따뜻한 밥이 주는 안정감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편안함’을 제공합니다. 솥밥의 뚜껑을 여는 순간, 기분 좋은 밥 내음이 솔솔 풍기기 시작합니다. 구수한 밥 향기를 음미한 후, 본격적으로 고슬고슬한 식감의 밥을 즐기고 나면, 마지막엔 누룽지 타임이 보너스처럼 기다리고 있습니다.

솥밥은 어머니가 정성스럽게 새로 지은 밥에 추억의 누룽지까지 생각나게 하는 음식입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솥밥의 유행에는 어려운 시기에 익숙한 음식으로 평안함을 찾으려는 심리 또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인은 밥심’이란 말이 떠오를 정도로 솥밥은 갓 지은 밥의 맛에 집중한 음식”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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